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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없는 여행 (보이저2호)

옐로우 리버 2021. 2. 25. 06:39

지구를 떠난지 37, 인간이 만든 무인우주선이 우주공간을 비행하고 있다. 보이저는 긴긴 세월을 두고 우주를 비행하며 인간이 가까이 갈 수 없는 별들을 지나가게 된다.

어제 뉴스에서 보이저 2호는 지구와 188km 거리에 있다고 한다. 그 거리는 지구와 태양과의 거리 15천만km125배에 달한다. 태양계의 행성들을 지나 우주의 경계선인 헬리오포즈대를 비행하고 있는 것이다. 수만 년을 더 비행한 후에는 은하계 속으로 들어 간다고 한다.

 

내가 보이저 호에 타고 있다면 어떤 모습을 보고 있을까. 그곳에는 낮이 없다. 태양의 빛이 닿지 않으니 캄캄한 공간일 뿐이다. 물론 공기도 없고 텅 빈 공간엔 수소와 헬륨 그리고 보이지 않는 암흑물질로 가득찬 곳이다. 하지만 나는 수많은 별들이 초롱초롱 빛나는 우주를 창밖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대기가 없으니 별들은 더 밝고 더 눈부시게 빛을 발한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텅 빈 공간, 반짝이는 별들의 모습은 아름답지만 지겨울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우주선에 창문이 있다고 해도 열어볼 수는 없다. 적어도 영하 100도는 넘을 것이다. 아니 영하 수백도가 될 것이다. 영하60도만 되어도 뿌린 눈이 허공에서 얼어버린다. 어찌 우주선의 창문을 열수 있겠는가. 하지만 우주선은 비행을 계속하며 태양과 다른 별들을 만나게 된다. 태양보다 작은 별도 만나고 수십만배나 더 큰 별들과도 조우하게 될 것이다. 밤하늘에 흩어져 있는 별들 속으로 끝 없는 여행을 이어가게 된다. 보이저는 몇 만 년을 항해 한후에야 비로소 지구에서 가장 까까운 별을 스쳐간다. 그리고 더 먼 별들을 지나 성간공간을 쉬지 않고 비행을 계속한다. 그러나 다시 지구로 돌아올 수 없다. 그런 프로그램은 짜여 있지 않다. 그저 별과별을 스쳐가며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보이저호와 지구 우주센터와의 교신에는 37시간35분이 소요된다고 한다. 전파의 진행 속도는 빛의 빠르기와 같아서 그렇다. 보이저 호는 2025년부터는 지구와의 교신이 두절된다. 거리도 너무 멀고 자체 탑재된 에너지원이 고갈되기 때문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거리에서 교신을 하고 있다니 식견이 부족한 나에게는 놀라울 뿐이다.

 

보이저 호에는 지구의 사진. . 바람. 천둥 사람들의 말소리 등이 녹음된 음원이 실려 있다. 어쩌면 우주의 생물체가 보이저 호를 발견하고 저장된 지구정보를 관찰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우리은하계에는 별이 2천억 개가 있다. 이들 별들이 태양과 같이 8개의 행성을 갖고 있다면, 총 행성 수는 16천억 개에 달한다. 과학자들의 예측대로 은하계에 수십 개의 문화가 존재한다고 해도 보이저호가 그들을 만날 확률은 극히 희박하다. 그렇지만 보이저는 지구 정보를 담고 별과 별사이를 가르며 비행을 계속한다.

보이저 호는 10억년을 지나 아니, 영겁의 시간을 넘어 인간이 멸종되고 지구와 태양이 사라진 후에도 은하계를 떠도는 여행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정두효 /202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