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하루

한강 자전거길

옐로우 리버 2020. 10. 14. 11:17

파란 하늘엔 붓이 스쳐 간 듯 흰구름이 떠가고 있었다. 사람들은 강변길을 자전거로 달리고 있었다.

가을이 온 세상에 와 있다. 집안 베란다에도, 도시 공원. 들판에도,

한강변은 가을 정취가 멋 있다. 강변을 따라 뻗은 자전거 길에는 온갖 풀들과 꽃들이 피어 있고, 숲 속에서는 가을의 냄새가 짙어져 가고 있다. 페달을 밞으며 차오르는 몸의 열기는 서늘한 바람이 식혀 준다.

북쪽 방향 자전거 길은 암사수원지를 벗어나서야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건물들은 사라지고 시골의 냄새가 난다. 언덕 아래로는 강물이 흘러가고 오른쪽은 밭들이 흩어져 있다. 강변에는 야생꽃들이 한창이다. 미국쑥부쟁이. 갈퀴나물. 쑥부쟁이, 산국들이 희고 분홍. 노랑빛 피어나 가을 향기를 내품고 있다. 강 모래 톱에는 흰 외가리와 오리들이 한가롭게 거닌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 중에서 싫은 사람은 음악을 크게 틀고 달리는 사람들이다. 앞만 보고 달리다가 깜짝 놀라기도 한다. 좋은 사람은 지나가겠습니다. 감사 합니다하면서 고속으로 사라져 가는 사람들이다. 잡초와 나무들은 퇴색해 가는 정도가 다르다. 가을 바람에 강한 것은 지면에 붙어 사는 잡초다. 나뭇잎들은 색이 바래고 있는데 풀들은 초록이다.

눈부시게 빛나는 갈대꽃을 보면서 고향의 콩밭과 수수밭 풍경이 그리웠다. 1시간20분 만에 팔당대교에 도착했다. 파란 하늘. 흰구름이 물속에 잠겼다. 사람들은 더 먼 곳으로 달려간다. 오늘은 팔당대교 까지다.

가을이 깊어가고 찬바람이 불어도 사람들의 질주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언제나 자전거를 밟고 강물은 끝없이 흘러간다. 정두효 2020/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