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바람 숲

풀잎들의 왈츠

옐로우 리버 2019. 6. 8. 21:26

적막한 산속에 스스스~~~ 빗소리가 정적을 깻다. 실 같은 빗줄기가 빛을 타고 쏟아져 내린다.
숲은 갑자기 찾아온 비로 부산하다. 수십 미터 나무위에 부딪힌 빗물이 숲 사이로 떨어진다. 풀잎에 떨어지는 빗방울은 똑똑똑, 똑똑똑~ ~
약수터 지붕위의 소리는 또또도~, 또또도~ ~ 빗방울은 부딪히는 곳에 따라 다른 소리를 낸다. 동쪽하늘은 훤한데 세찬 빗소리는 숲속의 곤충들과 새소리를 잠재웠다.
 산을 오르던 사람들도 번개와 노성소리에 어디론가 숨었다. 숲은 숲의 소리로 가득하고, 비와  개울물. 나무가지 스치는  소리가  하모니를 이룬다. 키 작은 잡초 잎들이 파닥 파닥 떨고 있다. 빗방울이 강해질수록 팔닥 팔닥 팔닥... 풀잎들은 일제히 아래위로 춤을 춘다.  잎들의 파닥이는 모습은 음률에 따라 춤을 추는 것 같다. 빗줄기가 커지면 리듬은 크고 빨라지고, 약해지면 느림과 작음을 반복하며 기쁜 몸짓들을 한다. 풀잎의 모습은 피아노 건반 위에 튀는 손가락을 닮았다. 계곡을 메운 풀들의 춤은 군무였다.
숲은 햇볕이 쬐는 낮엔 삶의 몸부림으로, 밤이 오면 풀벌레들의 합창으로 가득할 것이다. 숲은 외롭지 않다. 키 큰 참나무와 소나무, 작은 잡목, 풀들이 어우러져 살아간다. 그들은 숲의 곤충들을 키우고 새들에겐 먹이를 준다.
바람이 불면 그들만의 노래를 부르고, 비가 쏟아지면 잎들은 춤을 춘다.
갑자기 비가 멈추고 햇빛이 눈부시게 내린다. 춤추던 잎들이 일제히 반짝인다. 숲은 물을 머금고 풍요롭다. 2018.5 정두효 (남한천약수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