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배
올해가 이제 하루 남았다. 언제 왔는지도 모르게 무술년이 흘러갔다.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어느 시기쯤 폭발이 있었고 시간이 시작되고 공간이 생겨났다. 최초 100억년은 無였다. 폭발 후 장구한 세월이 흐르고, 사람은 최근에야 나타나 시간의 배를 탔다. 삶은 시간의 배를 타고 흘러 가는 것 같다. 아침이 오면 깨어나고 밤이면 시간 속에 잠든다. 지구 자전으로 하루가 가고, 태양 주위를 공전하며 계절이 간다. 태양은 행성들을 데리고 은하중심을 돈다. 한 바퀴 도는 시간, 2억2500만년, 내 삶은 그 속에 있고, 1년은 참 짧은 순간이다.
내일이 가면 새로운 해의 시작이다. 겨울이 가면 봄이 오고 여름. 가을이 온다. 지구의 나이 46억년, 현생인류의 나이 10만년, 사람은 흐르는 시간을 따라 가다가 우연한 질병, 사고로 생을 마감한다. 자연의 이치라고. 맞는 말일 게다. 생명이 있는 것은 자신의 기관을 불사르며 살아가고. 수명을 다하면 부서져 내린다. 의학 발전으로 좀 더 오래 살 수 있게 됐다. ‘길가메시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언젠가는 훨씬, 아니 영원을 누릴지도 모른다. 그래도 한계는 있을 게다. 모든 것은 시간이 결정해준다. 시간 따라 살아가고 시간 속에 끝난다. 끝없이 우리에게 다가오는 시간, 싫다고 오지 않는 것도, 싫어서 밀어낼 수도 없다. 겨울의 하루는 짧다. 어둠은 빨리 오고 아침은 느리다. 오늘 아침 기온 영하 8도, 한 해 막바지 추위가 며칠째 이어지고 있다. 다가온 기해년, 겨울이 길다고 해도 시간이 데려갈 것이다. 이내 대지엔 봄 기운이 돌고, 언땅이 녹고 풀잎들이 돋아나 땅은 생명으로 가득찰 것이다, 차거운 날, 한해가 저물어 간다. 정두효 2018,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