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띠들의 '시간여행'
청풍호 유람선이 써늘한 바람을 가르며 달린다. 오후 4시41분, 배 한 척에 초등동창생 47명이 탔다. 아래층에는 유흥이 벌어지고, 일부는 지붕위에서 술잔을 기울인다. 친구들의 얼굴마다엔 60~70년대를 헤쳐 온 삶의 흔적들이 녹아 들어 있었다. 술잔을 주고 받으며 지난 얘기들이
살아나고 배가 달리는 수면위로는 어느새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앞서 들렸던 청남대뜰은 가을 국화로 예뻤다. 역대대통령들의 기록물들은 우리의 현대사였다. 60년대는 개인소득 1천불도 안되던 세계최빈국 이었다. 대부분 책 보따리를 등에 메고 왕복 10km가 넘는 길을 등. 하교 했고, 겨울철 교실난로 연료는 학생들 스스로가 해결했다. 폭우로 유실된 운동장 흙은 황강모래를 책보로 날라다 채웠다.
국가가 해줄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한때 권력을 누렸던 그들도 많은 세월이 흐르면 기억되지 않는 없었던 권력이 될 것이다. 원주 출렁다리엔 사람들로 붐볐다. 다리 하나의 발상은 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지자체는 수익을 챙긴다. 다리를 건너 소금산에 올랐다.
우리들의 삶은 가파른 언덕을 오르는 것 같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빈곤한 국가에 태어나 가진 것 없이 세상에 던져진 삶이었다. 모두가 고향을 떠나 도시를 나갔고 여러 직업들을 거치며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길러냈다. 세월은 강물처럼 흘러 이제 노년에 이르고 있다.
이렇게 모여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둘째 날 밤 대성리 어느 골짜기 펜션에 짐을 풀었다. 밤이 되자 젓가락문화가 시작됐다. 노래와 장단. 춤사위는 신기하게 맞아 돌아갔다. 같은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동질성의 결과였다. 꺾이지 않을 것 같았던 노래 소리도 깊어가는 밤과 함께 힘을 잃어갔다. 창밖에는 희미한 달이 구름 속을 지나가고 있었다.
드라마는 남이섬을 사람들로 북적이게 했다. 꽃피는 봄. 낙엽 지는 가을이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았다. 우리는 식당근처 공터에 모여 2박3일을 마감했다. 악수를 나누며 부산. 대구 합천 서울 등으로로 떠났다.
친구들이 함께한 2박3일은 60년대 어린 시절로의 ‘시간여행’ 이었다. 정두효 2018.11.20
◇ 대청공원에서 친구들을 기다리며....
◇ 남이섬에서 한 컷 ......
◇ 고요수목원에서....